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한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가을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녘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가을  

김용택

 

산그늘 내린 메밀밭에 희고 서늘한 메밀꽃이라든가 

그 윗 밭에 키가 큰 수수 모가지라든가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깊은 산 속 

논두렁에 새하얀 억새꽃이라든가 

논두렁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노랗게 고개 숙인 벼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농부와 그의 논이라든가 


우북하게 풀 우거진 길섶에 

붉은 물봉숭아 꽃 고마리 꽃 그 꽃 속에 

피어 있는 서늘한 구절초 꽃 몇 송이라든가 

가방 메고 타박타박 혼자 걸어서 

집에 가는 빈 들길의 아이라든가 

아무런 할말이 생각나지 않는 

높고 푸른 하늘 한쪽에 나타난 석양빛이라든가 


하얗게 저녁 연기 따라 하늘로 사라지는 

저물 대로 다 저문 길이라든가 

한참을 숨가쁘게 지저귀다가 금세 그치는 

한수 형님네 집 뒤안 감나무가 있는 

대밭에 참새들이라든가 

마을 뒷산 저쪽 끄트머리쯤에 깨끗하게 벌초된 

나는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의 

고요한 무덤들이라든가 

 

다 헤아릴 수 없이 그리웁고 

다 헤아릴 수 없이 정다운 가을입니다 



삼성화재 운전자 보험 가입하고 사은품으로 미니 재봉틀을 받았다. 그야말로 미니 제품이라 꼭 장난감 같기는 하지만, 설명서대로 한번 작동을 해보니 작동은 잘 된다. 작동은 되지만 그러나 아직 딱히 재봉틀을 사용할일이 없어서 장식품처럼 보관하고 있지만, 곧 쉬운 것부터 한번 연습을 해 볼 생각이다. 제조업체에서 올려놓은 동영상대로 작동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것 같다.



(미니 재봉틀 작동법 동영상)


(실 새로 넣는 법)


(실패에 실 감는법)







봄날, 사랑의 기도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하였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사랑해요

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는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시고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조금은 이른 봄날 아침에 문득, 내가 꽃씨가 되어 당신에게 조금 더 일찍 봄내음을 전해 주고 싶습니다. 봄이란 계절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따뜻한 온기로 호흡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느끼는 계절인가 봅니다. 이 봄날 봄 꽃 같은 나만의 은은한 향기를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봄 소풍

안도현

 

점심 먹을 때였네

누가 내 옆에 슬쩍,

와서 앉았네

할미꽃이었네

내가 내려다보니까

일제히 고개를 수그리네

나한테 말 한번 걸어보려 했다네

, 햇볕 아래 앉아서 김밥을 씹었네

햇볕한테 들킨 게 무안해서

단무지도 우걱우걱 씹었네


봄이란 계절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따뜻한 온기로 호흡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서로를 느끼는 계절입니다. 햇살 닮은 푸르른 줄기와 연둣빛 꽃잎들 그리고 당신 닮은 기쁨과 희망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봄날! 우리 같이 봄 소풍 가자고요!





다시 오는 봄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이 납니다

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이 납니다

기러기 떼 열 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있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봄입니다.

꽃이 만발하고 얼었던 땅이 녹는 봄입니다.

이 봄에는 저도 사랑의 씨앗을 다시 뿌려 보렵니다.




봄이 올 때까지는

안도현

 

보고 싶어도

꾹 참기로 한다

 

저 얼음장 위에 던져놓은 돌이

강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는

 

 

안도현님의 정말 짧고 좋은 시입니다.이 봄엔 얼었던 마음도 녹고 세상의 나쁜 일도 다 녹아서 모두에게 기쁘고 좋은 일들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어 스스로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봄이란 계절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따뜻한 온기로 호흡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느끼는 계절입니다. 그대에게 가는 내 마음에도 봄 향기가 가득한 사랑을 느끼고 싶은 계절 봄이 왔습니다.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모든 것이 새로운 봄이에요

가슴속 얼어붙은 칙칙한 것들 나쁜 기억들은 모두 깨끗이 비워내 버리고, 이 봄 선선한 봄바람을 타고 좋은 기운과 행운만이 모두에게로 날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3월과 4월 사이

안도현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 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 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당신 가슴에도 불어오나요.

봄바람에 실리는 꽃향기 흙 내음...작은 희망이 싹터오는 봄입니다.

마음속 담아놓은 걱정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향긋이 다가오는 봄기운으로 우리 마음을 채워봐요.



세계에서 키가 가장 작은 고양이는 

미국의 릴리풋(Lilieput)이라는 고양이로

13.34cm에 불과해 기네스 북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외에도 고양이에 대한 특이한 기록들은 많이 있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왜 나는 이렇게 흔들리고 있을까질투 나도록 즐겁게 사는 것 같은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면서 이런 생각 다들 한 번씩은 해보시지 않았나요그러나 그들도 다 흔들리며 피는 꽃입니다나만 그런게 아니라모두가 말이죠보여 지는 모습은 모두 아름답고잘 있는 것만 같지만우린 모두 흔들리고비에 젖으며 그렇게 피게 되는 것입니다.



고양이에 관한 각종 기록과 통계 그리고 고양이 특징, 

고양이의 대해 잘 몰랐던 고양이만의 독특한 취향과 성격등을 정리해서 다음 포스팅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정호승


제비꽃은

진달래를

부러워

하지 않고

 

 

진달래는

결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다투거나

시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

사라질 뿐입니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됩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우리는 너무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힘들게 사는 것 같습니다.

꽃처럼 우리도 각자마다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러워하기 보다는 서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우리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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