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우리의 전통 생활 그림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서민층을 중심으로 발달한 그림이죠

민화는 주로 꽃, 동물, 음식과 같은 자연이나 일상생활 속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특이한 것은 새해가 되면 전통적으로 호랑이 그림과 닭 그림을 그려 집안에 붙인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하필 맹수인 호랑이와 함께 닭을 그린 것일까요

호랑이와 비교했을 때 한없이 약하고 흔한 동물인 닭. 우리조상들이 특별히 닭을 그렸던 이유를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동이 트고 새벽이 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닭 울음소리가 어둠과 함께 몰려든 악한 영들을 사라지게 한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수탉의 벼슬과 암탉의 왕성한 다산의 상징성도 우리 민화 속에 닭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수탉의 닭 벼슬은 그 이름이나 생김새가 벼슬과 통하므로 벼슬을 얻는다는 뜻이 있고, 암탉은 매일 알을 낳기 때문에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죠.

 

그런가 하면 닭 그림들 중에는 맨드라미를 함께 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맨드라미가 닭 머리의 볏(벼슬)과 흡사해 계관화(鷄冠花)라고 부르는데서 연유됩니다

닭과 맨드라미를 합치면 '관 위에 관'이 있다는 뜻으로 되어 높은 벼슬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닭과 모란을 함께 그린 경우는 수탉이 하늘을 향해 크게 우는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이것은 부귀공명(富貴功名)을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수탉을 한자로 공계(公鷄)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공()자와 운다는 뜻의 명()'功名'과 읽는 음이 같아 '공을 세워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여기에다가 부()의 상징인 모란꽃을 더하면 '부귀공명'이 된다고 보는 것이죠.

 

그리하여 민화 속에 나오는 닭은, 사실적인 본래의 자연스러운 모습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과장된 형태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객관적 사실로 그리기보다 상직적 의미로 표현하다 보면 닭은 실제의 닭과는 거리가 먼 영물로 왜곡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화에서는 수탉인 경우 닭인지 봉인지 분간키 어렵게 그려지기 일쑤였고, 호랑이 역시 바보스럽게 그린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민화에서는 그 대상이 닭이든 호랑이든 또는 다양한 새나 꽃이든 어느 것 하나 사실적 묘사보다 그 대상이 갖는 '의미 있는 그림' 즉 마음의 뜻을 담아 소망하거나 염원합니다

모든 것이 그림(민화)이 담고 있는 뜻대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민초들의 소망이었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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