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당에서 쌀을 쪼아 먹고 있는 닭한테 황소가 말을 건넸습니다

"나는 만날 농사를 짓기도 하고 무거운 짐을 지다 나르기도 하고 온갖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먹는 것은 재우 콩 껍데기 아니면 짚인데, 너는 하루 종일 하는 일도 없이 맛있는 쌀만 먹으니, 억울하다"


그러자, 쌀을 쪼아 묵던 닭이 황소를 쳐다보면서, "황소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황소님은 아무 것도 배운 게 없잖아요. 그러니 힘든 일을 해도 먹는 것이 변변치 않은 거죠

나는 학문이 많아서 힘든 일을 안 해도 좋은 쌀만 먹을 수 있지요." 라고 했습니다



그때, 곁에 있던 개가 '! 그 녀석 아는 체 하는군. 잘난 척은...'하는 생각으로 말참견을 하기를 "요놈, 닭 녀석아! 주제넘게 그 따위 말을 어디 함부로 하느냐! 황소님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나만 해도 밤잠을 못 자고 도둑을 지키면서 겨우 누룽밥이나 얻어 먹는데, 너는 학문이 좋아서 쌀만 먹는다고?" 개는 아니꼽다는 투로 따졌습니다.


그러자 닭은 "나는 이 세상에서 시간을 알리는 벼슬을 하고 있단 말이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에 시간을 가르쳐 주는 일은 다른 친구는 못합 니다."하고 거만하게 말을 했습니다


닭이 하는 말에 개는 "! 그까짓거... 난 큰 벼슬이나 하는 줄 알았더니, 겨우 그 정도야?" 하고 말을 했죠.


"그 정도라니? 나는 이렇게 비단옷을 입고 머리에는 붉은 관을 쓰고 있으니 틀림없는 벼슬 양반이 아니고 뭐란 말이니?"

"! 잘 끌어대네."


"그리고, 황소님이나 개님은 모르겠지만, 내가 먼동이 틀 때마다 꼬끼요하고 우는 것도 글자로 고할 고()자와 그 기()자 중요 요(), '고기요'는 중요한 것을 알린다는 것이랍니다." 라며 닭은 뽐냈습니다.


"개님께서 짖는 소리엔 아무 뜻도 없지요?" 닭은 개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천만의 말씀, 내가 멍멍하고 짖는 거는 멍텅구리란 뜻이야. 그러니 나야말로 양반이다." 했더니, "듣기 싫다. 니가 무슨 양반이야?" 닭은 발끈 화를 냈습니다.


"나는 개 팔아 두 냥 반이다." "별 소릴 다 듣겠네. 개 팔아서 두 냥 반이라니, 그럼 개장수에게 팔려갈 때 마지막으로 양반이 된다는 말이니?" 닭이 이렇게 놀려대자, 화가 난 개는 달려들어 닭의 벼슬을 물어뜯었습니다


그러자 닭은 홱 뿌리치고 지붕으로 올라가 개를 내려다보고 말했습니다.

"이 자식아, 여기는 올라올 수 없지?" 하니 개는 닭을 놓치고 멍하니, 지붕만 쳐다 보았다네요. 지금의 닭의 벼슬이 톱날처럼 생긴 것은 그 때 개에게 물린 자국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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