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김현승



동청(冬靑)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 집.

은 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느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

 

 


여러분은 크리스마스 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나요.

산타 할아버지? 크리스마스 선물? 아니면 반짝반짝 화려하게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

하지만 '진짜' 크리스마스는 산타 할아버지의 풍성한 수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트리에서 빛나는 오색 전구에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러 오신 예수님.......

 

그 예수님이 이천여년 전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것은, 우리에게 눈부신 화려함과 부유함 속에서만 사랑이 숨쉬는 것은 아님을, 알려주고자 하셨던 건 아닐까요.

 

이번 크리스마스!! 그래서 큐리는 푸짐한 선물과 멋진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다리기보다는, 예수님이 가져다주시려 했던 사랑과 평화가 모든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에 깃들기를 조용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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