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일기

이해인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이해인 수녀님의 맑고 깨끗한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참 아름다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시를 읽고단비처럼 갈라지고 메마른 땅을 녹아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