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정호승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오늘도 기도하는 새의 

손등 위에 내린 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