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홍수희 시모음 」


첫사랑도 저렇게 왔다

아마 내 기억으론 

깊이 잠들었다 

막 깨어난 이른 아침 

나도 몰래 변해버린 세상 

어제의 지붕도 

어제의 가로수도 

어제의 기억도 내겐 없었다

이미 내 세상을 덮어버린 

너의 그윽한 눈빛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가슴은 몰래 쿵쿵 뛰었다

그러나 그 소리 은밀하여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으니 

금서(禁書)의 책장을 넘기듯이 

숨어서 너를 바라보았다

마주치면 소스라치는 내 영혼 

순결의 무늬가 너무 투명한 까닭에 

너의 이름 한 자(字)도 조심스레 

불러야 했다

첫눈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천사의 고운 날갯짓 

이 세상 티끌 한 점 다 지우고

첫사랑은 나에게 그렇게 왔다 

첫눈처럼 소리 없이 나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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