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머리가 없는 닭이 멀쩡하게 살아있었던 까닭입니다. 중국 원난성의 쿤밍이란 곳에서 머리가 잘린 닭이 아무렇지 않게 동네를 돌아다녀 주민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현지 언론들이 머리가 없는 이 닭이 찍힌 사진을 공개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답니다. 이 닭은 도대체 어떻게 머리가 잘렸음에도 살아있었을까요? 그 이유를 찾다보니 재밌는 사실을 더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머리가 잘린 닭은 중국에서 발견된 이 닭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기네스북에 올라가기까지 한 머리 없는 닭의 원조는 바로 미국의 마이크입니다. 머리 없는 닭 마이크는 무려 1945년부터 1947년까지 18개월을 살았던 수탉입니다.

 1945910, 미국의 콜로라도주 푸루이타시에서는 양계장을 운영하던 로이드는 농장의 닭들 중 30여 마리를 잡아 시장에 팔기 위해 5개월~6개월간 자란 닭들을 도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마리를 잡아 가족들과 맛있는 닭요리를 해먹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장모가 유독 닭의 목 부분을 좋아한 까닭에 장모가 좋아하는 부위를 남기려다, 닭의 머리를 제대로 절단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탉의 머리는 도끼로 잘랐지만 한쪽 귀와 뇌간의 대부분은 멀쩡히 몸에 붙어있게 된 것입니다.



 이 수탉은 머리가 잘린 채로 그 후로도 계속 살아 있었으며, 횃대에서 균형을 잡고 앉아 있기도 했고, 머리가 없는 것도 모르는 듯이 부리로 날개를 다듬으려 하거나 홰를 치며 울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머리가 없는 데도 닭이 살아있자, 로이드는 놀라기도 했고 죄의식을 느끼기도 해서 이 닭을 계속해서 보살펴 주기로 합니다. 목이 잘린 부분으로 스포이드를 이용하여 물과 우유를 섞은 것이나 곡식을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가끔 몸 안의 점액 때문에 닭이 숨을 제대로 못 쉴 때에는 주사기로 그것을 뽑아주며 정성을 다해 보살폈습니다. 수탉은 머리가 잘리고도 계속 자라서, 도살하려 했을 때 2.5파운드였던 것이 나중에 죽기 전에는 거의 8파운드까지 자랐다고 합니다.

 곧 머리 없는 닭 마이크의 이야기가 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흥행사였던 호프 웨이드란 사람이 소문들 듣고 찾아와서 실제로 이 수탉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 로이드에게 순회공연으로 돈을 벌자고 제안했습니다. 로이드는 이에 동의하고 닭에게 '마이크'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한 사람마다 25 센트씩 받고 구경을 시켰는데, 한창 잘 나갈 때는 한 달에 4500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하네요.

 19473, 순회공연을 끝내고 집으로 오다가 피닉스에서 묵던 중, 머리 없는 닭 마이크는 한밤중에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로이드가 부주의하게 그 전날 서커스 장소에 주사기를 두고 와서 목구멍에 찬 점액을 제때 뽑아내 주지 못한 까닭이라고 합니다. 결국 마이크는 사망했습니다.

 


 마이크의 경우 도끼날이 경정맥을 비껴지나갔고, 피가 응고된 것이 상처를 막아 과다출혈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마이크는 머리 대부분이 잘렸지만, 한쪽 귀와 대부분의 뇌간은 몸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고 하네요. 닭의 경우 반사작용의 대부분이 뇌간에서 조절되므로, 마이크는 오랫동안 건강한 상태로 살 수 있었던 것이죠. 2007년 중국에서 발견된 머리 없는 닭의 경우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섬뜩한 경우지만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1949년경 머리 없는 닭 마이크가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시인한 로이드는 자신의 생에 다시는 동물을 도살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발표하였고, 1980년 임종 전, 마지막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를 비롯한 자신 때문에 도살당한 모든 동물들에게 깊은 사과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한 뒤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 후 오늘날 미국 콜로라도주의 푸루이타시는 머리 없는 닭인 마이크가 도시의 심벌마크가 되어 명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1999년부터는 매년 5월 세 번째 주말을 '머리 없는 닭 마이크의 날(Mike the Headless Chicken Day)'로 정해 마이크와 관련된 행사를 열어 기적으로 여겨진 닭의 삶을 되새겨 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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