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홍수희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한 사흘만 녹지 않는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머리에는 빨간 모자


동네 아이들 다 모으고


녀석들 소란스럽게 떠드는 모양


그저 하얗게 바라보다가


귀가 없어도 다 들어주고


손이 없어도 끌어안아 주고


세상 궂은 소문에는


나무작대기 곧은 입술


굳게 다물었다가


삐뚤빼뚤한 코로


재채기 한 번하면


꽁꽁 언 마음도 녹고 말리니


녹은 만큼 겨울 햇살이 돋아


내 몸이사 녹고지고 녹고지고


네 맘이사 피고지고 피고지고


이 겨울이 다 가기 전


그런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한 사흘만 녹지 않는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생각해보면 눈사람만큼 못 생기고 무뚝뚝한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해마다 겨울이면 눈사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인기만점이 되곤 합니다.

 

이 시구처럼 '귀가 없어도 다 들어주고, 손이 없어도 다 끌어안아 주고, 

세상 궂은 소문에는 입 굳게 다물고 있다가 빼뚤빼뚤한 코로 

재채기 한 번 하면서 꽁꽁 언 마음도 녹여버리는' 착한 눈사람.

 

우리의 마음속에도 영원토록 녹지 않는 

이런 착한 눈사람 하나 만들어두면 참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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