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좋은시
비에 관한 시 이해인 시모음 비 오는 날의 일기
nikkieselin
2017. 3. 4. 06:00
비 오는 날의 일기
이해인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이해인 수녀님의 맑고 깨끗한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참 아름다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시를 읽고, 단비처럼 갈라지고 메마른 땅을 녹아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봅니다.